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 잔액이 지난해 말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 때문에 빚을 못 갚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뜻인데, 고위험과 저 신용자 대출이 많은 소규모 은행의 경우 부실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은행은 보통 석 달 이상 이자를 받지 못한 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이 20조 1000억 원으로 석 달 전보다 4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대출 채권 가운데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0.4%로 전분기 말보다도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이 증가한 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이 부실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자들을 어렵게 만드는 고금리의 여파가 직접적인 지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실채권에 대비해 은행이 피해를 덜 볼 수 있도록 한 대손 충당금 적립률이 217.2%로 가장 높았다. 역대 최대급 대출 규모에도 정부가 국내 은행을 비교적 건전하다고 보는 이유이다. 하지만 대형 은행을 제외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방은행과 인터넷 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부실 채권 잔액 비율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 부진으로 부실 우려가 커진 부동산 PF 대출 채권이 제2 금융권에 집중된 점도 문제가 있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삼 년 건설 부동산업 대출 잔액이 두 배로 늘었는데,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 만기 연장이나 이자 유예 등의 정책 효과가 완전히 가시면 나면 대출 부실이 더 급격히 늘어날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